오늘은 와이프와 함께 시간을 건너는 집이라는 뮤지컬을 보고 왔습니다.
사실 40년 이상 살면서 뮤지컬은 처음 본 것 같은데요. 이런 공연 자체를 즐겨하지 않고 심지어 영화관 가는 것도 즐기지 않는 저라서 이런 공연은 생소하였습니다.
하지만 와이프가 얻은 두장의 티켓으로 관람하고 왔는데요.
간단하게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1. 시간을 건너는 집의 스토리
학교 폭력을 주제로 하였습니다.
각기 다른 네 명의 주인공이 겪었던 또는 겪고 있는 학교 폭력의 상황을 통해서 극 중 심리를 표현하고 공감을 얻어내려고 한 뮤지컬이었습니다.
네 명의 주인공은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살아가는데요.
극 중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은 박자영의 역할이었습니다.
학폭이 진행 중인 상황을 묘사하는 캐릭터로써 대부분의 연출이 박자영에게 집중되어 있습니다.
2. 90분의 러닝타임
무대 조명과 연출, 그리고 연기자의 연기는 흠잡을 때 없이 훌륭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이번에 뮤지컬을 처음 보게 되어서, 굉장히 이질감? 이런 것도 느껴졌었는데요. 어색했다고 하는 것이 정확하겠네요.
영화관에서 스크린을 통해 인물을 보는 것이 아닌 실제 캐릭터들을 바로 앞에서 보니까 저는 굉장히 어색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연기에 빠져들어서 몰입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래서 연극을 보고 뮤지컬을 보고 공연을 보는구나... 하는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음악과 어우어진 연기와 노래는 매우 훌륭했습니다. 감동이었네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았습니다. 좋은 무대 보여주신 연기자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3. 개연성이 부족한 시나리오
극에서 가장 몰입도를 떨어뜨리게 됩니다.
사실 선미의 동생이 학폭에 의해서 시한부 선고를 받고 죽는다는 설정이 이해가 안 갔습니다.
학폭으로 인하여 심한 스트레스가 생겼고 그래서 병이 발생하여 죽는다는 설정 자체가 뭔가 개연성이 부족해 보이더군요. 차라리 시한부 선고에 대한 내용보다는 스스로 비관하는 삶으로 비쳤으면 어떠했을까 했습니다.
강민의 역할도 다소 부자연스러운 내용이 있습니다.
재치 있고 유쾌한 캐릭터 뒤에는 암울한 일진의 삶이 있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시간의 문을 계속해서 넘어서지 못하는 이유가 자신의 벌이라고 여겨야 한다는 내용이, 개연성이 부족합니다.
진정한 속죄의 삶을 살기 위해서 반복적으로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고 한 것 같은데 이 부분도 크게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차라리 자신의 잘못을 정말로 모르고 있었다는 것. 극 중 대사에서도 잠깐 표현이 되었는데요. 자기는 아무것도 안 했고 옆에만 있었다는 부분이 방관의 입장으로써 진정으로 뉘우치지 못했다는 부분이 더 부각이 많이 되었으면 좀 더 공감이 되었을 듯합니다. 표현이 안된 것은 아니고 되었는데 좀 약하게 되어서 공감이 안된 거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뮤지컬의 메시지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극 중 결론은 자영과 이수가 만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는데, 현실을 선택하여 이겨낸다는 의미의 메시지인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학폭을 이겨낼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어떻게 견딜 수 있는지, 이런 내용이 노래로만 접목이 되었습니다. 너는 혼자가 아니야 내가 함께 해줄게, 이런 위로의 가사로써 전달하는 것 같았는데, 과연 그 메시지가 학폭을 실제로 당하는 이들에게 공감이 될까 싶기도 했습니다. 도리어 학폭을 발견하였을 때 모두가 나서서 없애야 하는 '멈춰'가 더 많이 나왔으면 어떠했을까요?
곁에 있기 때문에 용기를 잃지 마라고 하는 메시지였지만,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느낌이 없어서 다소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보고 나와서도 '그럼 학폭 당할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이지?'라는 의문이 들게 되었습니다.
4. 그 외에 나머지 내용들
다른 연출은 참 좋았습니다. 무대 조명과 노래, 그리고 연기까지 감동적이었네요.
비싼 티켓이었지만, 그만한 값어치를 한 것 같았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또 보도록 하겠습니다.